고금상사(古今想思) - 전통과 현대의 상생을 담은 춤의 울림
오는 2025년 10월 30일 오후 7시,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에서 춤 공간의 기획·주관으로 무용 공연 ‘고금상사(古今想思)’가 열린다. 이번 공연은 벽사사정재만춤보존회와 한마음병원의 후원으로 마련되며, 전통춤의 정신을 오늘의 무대 위에 되살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예술적 사유의 장이 될 예정이다.
이번 무대는 각 시대의 예술혼이 스며 있는 전통춤을 한자리에 모아, 인간의 내면과 영적 승화를 주제로 펼쳐진다. 먼저 박국자의 ‘열반환상’은 수행 중인 여승의 갈등과 해탈의 여정을 담은 작품으로, 부처님의 기원설화를 모티브로 삼아 전통 승무의 정신적 깊이를 확장했다.
이어 박금례, 김향순, 김향옥, 서준환이 출연하는 ‘송서–계자제서, 시조–나비야 청산가자’는 정가의 고아한 음색과 시조의 운율을 결합하여 정제된 한국미를 전한다.
박국자와 김종우의 ‘몽중유선’은 산조형식의 거문고 장단 위에서 그리움과 꿈을 교차시킨 서정적인 작품으로, 전통 선비의 이상세계를 춤으로 형상화했다.
신근철의 설장고’는 이부산 선생의 타법을 계승한 장고춤으로, 채발림과 신명으로 가득 찬 역동미를 보여준다.
‘승무’에는 정용진이 오른다. 정용진 무용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의 맥을 잇는 춤꾼으로, 벽사류(碧史流) 승무의 4대째 계승자로서 전통과 시대정신을 함께 품는다.
벽사류 승무는 한성준–한영숙–정재만–정용진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지니며, 한국춤의 정통성과 미학적 깊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한성준이 창시한 근대 승무의 원형을 손녀 한영숙이 예술적으로 정제하고, 제자인 정재만이 ‘선(禪)의 미학’으로 확장시켰으며, 그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인물이 바로 정용진이다.
그의 ‘승무’는 단순한 불교적 해탈의 표현을 넘어, 인간이 세속의 번뇌를 벗고 자유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몸으로 써 내려가는 서사적 춤이다. 유려한 장삼의 선과 고요 속의 장단은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을 구현하며, 절제된 움직임 속에서도 깊은 내면의 울림을 전한다.
이날 무대에는 박국자의 ‘축원무’가 함께 올려진다. 살풀이춤의 정수를 잇는 작품으로, 한과 흥이 공존하는 정서의 깊이를 자유자재의 몸짓으로 풀어낸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큰태평무’는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나라의 평안을 염원하는 춤으로, 박국자를 비롯한 오은호, 김화선, 정송이, 현보람 등 다수의 무용인들이 참여해 웅대한 스케일의 피날레를 완성한다.
‘고금상사(古今想思)’는 전통의 사유와 현대의 감각이 교차하는 무대다. 이 공연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전통을 통한 사유의 예술이며, 과거의 정신과 오늘의 미학이 하나로 이어지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