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욱, 스승 수당 정명숙에게 바치는 헌정 무대, ‘15번째 춤 이야기’로 이어가는 전통의 맥
가을비가 내리던 10월 13일 저녁, 성균관소극장에서 무용가 안정욱의 ‘제15회 춤 이야기’가 막을 올렸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개인 발표회가 아닌, 스승 수당(秀堂) 정명숙 명무에게 바치는 깊은 헌정의 자리로 마련되었다.
사회를 맡은 민속학자 양종승 박사는 “한 무용가가 열다섯 번째 개인 무대를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스승의 예술혼을 되새기고 전승의 길을 이어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수당 정명숙의 춤, 그 맥을 잇다
양 박사는 이날 무대의 중심이 된 수당 정명숙 명무의 예술세계를 소개하며, “정명숙 선생이 남긴 춤은 살풀이춤, 입춤, 산조춤, 장고춤, 무당춤, 교방무 등 일곱 가지로, 오늘 공연은 그 유작의 정신을 재현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정명숙 명무는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보유자로서 우봉 이매방 선생의 제자로, 우리 춤의 여성미와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을 완성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양 박사는 “우리가 살풀이춤을 비롯한 전통춤의 족보를 아는 것은 곧 춤의 진가를 이해하는 일”이라며, “그 계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전통춤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정욱의 살풀이춤
전통의 맥, 제자들의 춤으로 되살아나다
이번 무대는 안정욱 아리랑예술단과 정명숙 명무의 제자들이 함께한 공동 헌정공연으로, 1부와 2부로 나뉘어 총 11작품이 선보였다. 1부에는 살풀이춤, 입춤, 교방무, 무당춤, 장고춤이, 2부에서 우한웅과 은혜량이 선보인 살풀이춤은 절제된 선과 호흡으로 정명숙 명무의 예술 정신을 온전히 담아냈다. 이수자와 전수자, 그리고 교육생들까지 참여한 무대는 스승의 춤이 세대 간에 걸쳐 정성스레 전승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안정욱의 산조춤
양 박사는 “헌정이란 단순히 스승의 춤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을 사모하고 그 철학과 혼을 자신의 춤으로 재해석하는 일”이라며 제자들의 무대에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안정욱, 권세연, 김은혜가 함께 추었던 무당춤은 화려한 의상과 더불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에 등장하는 세 명의 무당을 연상시키며, 전통과 현대가 교감하는 강렬한 무대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 무용수의 절제된 동작과 강렬한 표정, 그리고 긴장과 해방이 교차하는 리듬감은 전통춤의 미학을 새롭게 해석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정욱, 권세연, 김은혜의 무당춤
“전통춤의 계보를 알아야 춤의 진가를 안다”
양종승 박사는 공연의 말미에 “전통춤의 족보와 계보를 연구하고 지켜내는 일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예술의 생명력을 잇는 일”이라며 “이 무대를 통해 젊은 세대가 우리 춤의 유서 깊은 뿌리를 느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10월 13일을 시작으로 20일, 27일, 11월 3일까지 4회에 걸쳐 성균관소극장에서 이어질 예정이며, 수당 정명숙 명무의 직계 제자들이 순차적으로 무대에 올라 그 예술적 계승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