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도풍류의 맥과 북녘 탈춤의 생명력이 한 무대에, 서도삼현육각보존회 제3회 정기공연 ‘북녘의 탈춤, 그리고 음악’ 11월 4일 개최
서도 지역의 전통음악과 탈춤이 한자리에 어우러진다. 서도삼현육각보존회(회장 김호석)은 오는 11월 4일(화) 오후 7시 30분, 전통공연 창작마루 광무대에서 제3회 정기공연 ‘북녘의 탈춤, 그리고 음악’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어온 서도음악과 탈춤의 원형을 복원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무대다.
피리독주 – 서도풍류의 원형 복원
공연의 시작은 김호석 명예교수의 피리독주, 장고 최영진의 반주로 펼쳐진다. 이번 무대는 ‘서도대풍류 中 <길군악-반염불-타령시나위-굿거리>’로, 서도삼현육각의 뿌리가 된 박동신 명인의 ‘황해도도피리가락’을 복원한 곡이다.
특히 ‘길군악’은 1960년대 박동신의 연주 음반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 음반자료 시리즈 29」를 바탕으로, 김호석이 2003년 채보하고 2024년에 복원·연주한 작품이다.
‘반염불’은 1975년 김호석이 박동신에게 직접 사사한 느린 6박 염불도드리 5장단을 바탕으로, 2024년 다소 빠른 6장단으로 재구성하였다. 제1회·제2회 정기공연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이 곡은 서도음악의 원형을 가장 정제된 형태로 재현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봉산탈춤 중 첫목춤 – 부활의 몸짓
두 번째 무대는 봉산탈춤의 ‘첫목춤’(출연 송인현)이다. 팔목 중 첫째 장면으로, 주인공 목중이 두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누운 채 발끝부터 서서히 움직이며 ‘타령시나위’ 가락에 맞춰 일어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춤은 인간의 내면에서 깨어나는 생명과 의식의 움직임을 상징하며, 점차 속도가 붙는 타령 장단에 맞춰 깨끼춤으로 전환되며 탈판의 흥을 끌어올린다.
강령탈춤 중 말뚝이춤 – 활력의 몸짓
세 번째 무대는 강령탈춤의 ‘말뚝이춤’(출연 김진태·이강익)으로, 재담 없이 무언으로 진행되는 역동적인 작품이다.
붉은 원동복과 꽃패랭이, 한삼이 달린 더거리 차림의 말뚝이는 곤장과 채찍을 들고 등장한다. 염불도드리와 타령의 장단에 맞춰 발짓·몸짓·고개짓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한삼을 활용한 회전과 도약은 젊은 남성의 기상과 생기를 상징한다.
두 명의 말뚝이가 호흡을 맞추어 마무리하는 장면은 강령탈춤의 흥과 해학을 응축한 절정의 순간이다.
봉산탈춤 중 소무춤 – 유혹과 절제의 미학
네 번째 무대는 임은주가 선보이는 봉산탈춤 ‘소무춤’이다. 원래는 노장과 신장수, 취발이 등과 함께 극을 이루는 장면이지만 이번에는 염불도드리와 굿거리 장단에 맞춰 구성된 독무로서, 소무의 교태와 유연한 허리선, 절제된 발놀림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정제된 손끝의 선과 느리게 흐르는 염불도드리 선율 속에서 유혹과 절제의 미학이 절묘하게 드러난다.
은율탈춤 중 노승춤 – 속세와 초월의 경계
다섯 번째 무대는 ‘은율탈춤 노승춤’(출연 김대환)이다. 절간에서 수행하던 노승이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 속세로 내려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송낙과 붉은 가사, 백팔염주를 걸친 노승이 중중모리 장단에 맞춰 중타령을 부르며, 이윽고 삼현육각의 염불도드리 가락이 울려 퍼지면 정신을 차리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 춤은 속세와 불교적 깨달음 사이의 긴장과 해탈을 몸짓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서도탈춤의 상징적 철학을 무대화한 장면이다.
서도대풍류 – 서도음악의 정수
공연의 대미는 ‘서도대풍류’가 장식한다. 2000년에 김호석 교수가 구성한 <염불도드리-타령시나위-타령-굿거리>에, 최근 복원된 ‘박동신의 길군악’과 새로 구성한 반염불, 자진타령을 더해 2024년에 완성된 최신 구성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길군악-염불도드리-반염불-타령시나위-타령-자진타령-굿거리>의 순으로 연주되며, 피리독주로 시작해 합주로 이어지는 구성이 서도음악의 전체적 구조와 미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북녘의 전통에서 되살아나는 풍류의 정신
서도삼현육각보존회는 2024년 창립 이래, 서도음악과 춤의 복원 및 전승에 힘써왔다. 이번 제3회 공연은 ‘북녘의 탈춤, 그리고 음악’이라는 주제를 통해 서도 전통예술의 생명력을 되살리고, 남북의 정서가 어우러지는 문화예술의 장을 마련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은 복원과 창조, 음악과 춤, 남과 북의 미학이 조화된 무대로, 서도풍류의 맥이 오늘의 국악 무대 위에서 다시 숨 쉬는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