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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의 궤적에서 고요의 빛으로

양재문 ‘動靜’展, 사진으로 풀어낸 몸과 마음의 시간 이중주

 

한국 전통춤이 지닌 신명과 정서를 오랜 시간 사진으로 기록해 온 양재문의 개인전 ‘動靜–삶은 머물고, 몸은 울린다’가 14일부터 31일까지 Korea Photographers Gallery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1994년 발표된 ‘풀빛여행’과 2025년 신작 ‘비감소월(悲感素月)’을 함께 선보이며, 30여 년에 걸친 작가의 시선이 어떻게 신체의 움직임에서 고요한 사유로 확장돼 왔는지를 한 자리에서 조망한다.

 

‘풀빛여행’은 한국 전통춤의 역동적인 몸짓과 그 안에 깃든 신명(神明)을 포착한 연작이다. 춤사위의 순간을 붙잡은 사진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과 염원,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생의 에너지를 응축한 장면으로 기능한다. 장단과 호흡, 몸의 리듬이 시각적으로 전환된 이 작업은 국악과 전통예술이 지닌 집단적 기억의 한 단면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번역해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면 ‘비감소월’은 달항아리에 비친 빛과 그림자의 미세한 변주를 통해, 작가 내면의 사유와 명상적 상태를 드러낸다. 격정적인 움직임이 사라진 자리에는 고요가 남고, 그 고요 속에서 빛은 천천히 머물며 시간을 새긴다. 이는 이전 작업 ‘비천몽’이 천상을 향한 기도의 몸짓이었다면, ‘비감소월’은 그 기도가 가라앉은 이후 도달한 침묵과 성찰의 상태에 가깝다.

 

양재문의 작업은 ‘동(動)’과 ‘정(靜)’을 대립시키기보다, 국악의 장단처럼 서로를 오가며 순환하는 구조로 제시된다. 격정의 끝에서 고요로, 고요의 깊이에서 다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신체와 정신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호흡을 이룬다. 달항아리에 남겨진 빛의 흔적은 시간의 감정이자, 작가 삶의 궤적을 은유하며 관람객 각자의 기억을 불러낸다.

 

이번 전시는 사진 매체를 통해 신체, 기억, 명상이 하나의 미학적 구조로 통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악과 전통예술이 지닌 ‘울림’과 ‘쉼’의 미학을 시각 언어로 풀어낸 양재문의 ‘動靜’은, 움직임을 기록한 사진인 동시에 고요를 듣게 하는 시각적 명상으로 읽힌다. 새해의 문턱에서 관람객에게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게 하는 전시로 자리한다.